한마디의 칭찬이 남긴 자부심과 존엄의 기억
중학교 시절의 일입니다.
그때 저는 제 자신을 특별히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마음속에는 크고 작은 불안이 있었고, 나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주변의 말과 시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됩니다.
타인의 무심한 한마디가 내면의 방어벽을 허물 때
그 시절 한 친구가 제게 해준 말이 있었습니다.
아주 거창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긴 설명도 아니었습니다. 친구는 제 어깨를 보며 좋은 말을 해주었습니다. 어깨가 좋다는 식의 짧은 칭찬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지나가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 한마디였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좋게 보아주었다는 사실. 내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어떤 모습을 누군가가 긍정적으로 봐주었다는 사실. 그 짧은 말은 시간이 지나도 제 안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때로 큰 인정이 아니라 작은 한마디로 살아납니다.
누군가의 긴 위로보다 짧은 진심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 “좋다”는 말 한마디, “너에게 이런 장점이 있다”는 말 한마디가 한 사람 안에서 오래도록 작은 등불처럼 남을 수 있습니다.
그 친구의 말도 제게 그런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은 뒤부터 제 자신을 아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나에게도 누군가가 좋게 봐줄 수 있는 부분이 있구나. 내가 스스로 몰랐던 나의 모습도 누군가에게는 괜찮게 보일 수 있구나. 그런 작은 확인이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그것이 자부심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자부심은 꼭 큰 성공 뒤에만 생기지 않습니다. 상장을 받거나, 시험에 합격하거나, 남들이 모두 알아주는 성과를 냈을 때만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 자부심은 누군가의 맑은 시선 속에서 조용히 시작됩니다.
“너에게 이런 좋은 점이 있어.”
그 말 하나가 사람을 오래 지탱합니다.
살면서 저는 많은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말은 마음을 아프게 했고, 어떤 말은 오래 상처로 남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제 안에는 그 친구의 말처럼 저를 지켜준 말도 남아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남기는 것은 상처만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자부심의 씨앗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은 제가 존엄과 존귀함을 생각하게 된 뒤에 더 깊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존엄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존재 자체로 존엄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존엄을 스스로 목격하고 자각하는 데에는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함부로 보지 않고, 작게 보지 않고, 좋은 눈으로 바라봐 주었을 때 우리는 자신 안에 이미 있던 존귀함을 조금 더 쉽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친구의 말은 제 안의 존귀함을 새로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제 모습을 잠시 비춰준 것이었습니다. 그 말 덕분에 저는 제 자신을 조금 더 부끄럽지 않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말이었지만, 그 말은 제 안에서 오래도록 살아 있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고유함 찾기
이후로 저는 말의 힘을 더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건네는 말은 쉽게 사라지는 것 같지만, 어떤 말은 오래 남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 들은 말은 한 사람의 자기 이미지 안에 깊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말도 오래 남고, 누군가를 세워주는 말도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사람을 세우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단한 표현을 하지 못해도 됩니다. 다만 누군가에게서 좋은 점을 보았다면, 그 좋은 점을 함부로 삼키지 않고 말해주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것이 그 사람에게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도 그렇습니다.
아이에게 “너는 왜 그것밖에 못 하니?”라는 말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만이 아니라 존재 전체를 부족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부분은 다시 해보면 돼. 그래도 네가 노력한 건 보여”라는 말은 아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어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도 칭찬이 필요합니다. 어른도 좋은 시선이 필요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마음이 단단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모두가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누군가의 좋은 한마디가 마음을 살릴 때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아마 자신의 말이 제게 그렇게 오래 남을 줄 몰랐을 것입니다.
그저 지나가듯 한 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을 오래 간직했습니다. 그것은 제게 누군가가 나를 좋게 보아준 첫 기억 중 하나였고, 이후에도 제 자신을 너무 작게 보지 않도록 도와준 기억이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 일을 떠올리며 생각합니다.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람은 서로에게 자부심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존엄과 존귀함을 대신 만들어줄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자신의 존엄과 존귀함을 다시 목격하도록 도울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좋은 말의 힘입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좋은 점이 보인다면, 조심스럽게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과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됩니다. 진심으로 본 것을 담백하게 말하면 됩니다.
“그 부분이 참 좋아 보였어.”
“네가 그렇게 해낸 게 대단해.”
“나는 네게 이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저에게 친구의 짧은 칭찬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결론: 나를 다시 세우고 존엄을 지키는 말의 힘
사람은 누구나 존엄합니다. 그러나 그 존엄을 스스로 다시 바라보게 되는 데에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받았던 사람으로서, 이제는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을 함부로 깎아내리는 말보다, 사람을 다시 서게 하는 말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제가 중학교 시절 친구의 한마디를 통해 배운 존엄의 언어였습니다.
이 글의 핵심 정리
- 사람은 때로 큰 인정이 아니라 진심 어린 작은 한마디로 오래 힘을 얻습니다.
- 좋은 칭찬은 누군가의 존엄을 새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존귀함을 다시 바라보게 도와줍니다.
- 어린 시절에 들은 말은 한 사람의 자기 이미지와 자부심에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보다 다시 서게 하는 말을 선택하는 것이 관계 회복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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