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이후 다시 배운 시간, 나를 포기하지 않는 자기회복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저는 대학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방황과 절망의 끝에서 마주한 내면의 사슬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부족함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길에서 벗어난 선택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 시절에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스스로를 작게 느끼기 쉬웠습니다. 주변의 시선도 있었고, 마음속 비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시간 안에서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사람의 존엄은 학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존귀함은 남들이 보기 좋은 경로를 따라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내 삶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였습니다.

저는 군 복무를 마친 뒤 국비훈련을 받으며 다시 배웠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낯선 기술 용어를 익혀야 했고, 손에 익지 않은 장비와 씨름해야 했고, 시험을 준비하며 여러 번 제 부족함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은 때로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남들보다 늦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늦었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부족하다고 해서 가치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배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 말이 저를 붙들었습니다.

국비훈련을 통해 정보통신과 무선설비 관련 기능사 자격을 준비했고, 이후에도 전자계산기, 정보기기, 전자기기, 정보통신, 무선설비, 정보처리와 관련된 자격들을 하나씩 쌓아갔습니다. 자격증 하나를 취득할 때마다 제 안에는 작은 확인이 생겼습니다.

나는 할 수 없었던 사람이 아니라, 아직 배우는 중인 사람이었다는 확인이었습니다.

그 과정은 단순히 취업을 위한 준비만은 아니었습니다. 제게는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기준으로 나를 판단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내 삶을 다시 증명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자주 느꼈습니다.

사람은 비교 속에서는 쉽게 무너집니다. 남들이 어디까지 갔는지, 누가 더 빠르게 인정받았는지, 누가 더 안정적인 길에 들어섰는지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마음은 금세 작아집니다. 그러나 내가 오늘 무엇을 익혔는지, 어제보다 무엇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는지,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앉아 있었는지를 보면 삶은 다시 견딜 만해집니다.

타인을 통해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는 시간

그때 저는 자기회복이 특별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자기회복은 거창한 성공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합격증 하나로 모든 상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회복은 오히려 매일 같은 자리로 돌아와 다시 책을 펴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다시 읽고, 틀린 문제를 다시 보고,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 묻는 일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제게 존엄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존엄은 남들보다 앞서 있을 때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뒤처진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데서 지켜졌습니다. 모르는 것이 많을 때에도 스스로를 무시하지 않는 데서 지켜졌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실패한 사람으로 단정하지 않는 데서 지켜졌습니다.

존귀함도 그렇게 배웠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비교표 위에 놓인 점수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한 줄의 학력으로 다 설명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배우고, 고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조금씩 목격하면서 저는 제 안에 이미 있었던 존귀함을 다시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날도 있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불안했던 날도 있었고, 결과가 마음처럼 나오지 않아 속상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남들은 더 안정적으로 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생각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제 삶은 조용히 한 가지를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길도 길이다.
늦은 배움도 배움이다.
불안한 시작도 시작이다.
오늘 포기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 내 삶을 놓지 않은 것이다.

그 말은 지금도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이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글을 쓰고 출판을 준비하면서도 그때의 배움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한 번에 완성되는 삶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부모가 되는 일도 배워야 했고, 관계 속에서 말을 다루는 일도 배워야 했고, 원고를 쓰고 책을 만드는 일도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배움을 단순한 지식 습득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배움은 자기 존엄을 회복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내가 아직 끝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나를 부끄러움 속에 가두지 않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학력 때문에 자신을 작게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이 때문에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실패한 경험 때문에 다시 시작할 자격이 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경험을 통해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하나의 경로로만 증명되지 않습니다.

대학을 가지 않았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늦게 배웠다고 해서 배움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시작이 불안했다고 해서 끝까지 불안한 사람으로 남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입니다.

내가 나를 포기한 사람처럼 대하면, 삶은 정말 멈춘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내가 나를 아직 배우는 사람으로 대하면, 삶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나를 실패자로 부르면 마음은 닫히지만, 내가 나를 회복 중인 사람으로 바라보면 다시 한 걸음이 생깁니다.

저는 고졸 이후 다시 배웠던 시간 속에서 이것을 배웠습니다.

나의 존엄은 남들이 정한 길 위에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존귀함은 누군가가 인정해 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는 배우는 과정 안에서도 이미 귀한 사람이다.
나는 부족함을 마주하면서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누군가도 늦었다고 느낄지 모릅니다.

이제 와서 무엇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아 마음이 작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다시 앉아 배우고 있다면, 오늘 다시 삶을 정리하려 하고 있다면, 오늘 다시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것은 이미 자기회복의 시작입니다.

저는 그 시간을 지나오며 알게 되었습니다.

결론: 무너진 오늘의 나를 귀하게 대하는 태도

자기회복은 완벽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닙니다.
자기회복은 나를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하루를 다시 사는 일입니다.
존엄은 성취 뒤에 오는 보상이 아니라, 부족한 오늘에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고졸 이후 다시 배웠던 시간은 제게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

기술을 배웠고, 자격을 얻었고,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한 가지였습니다.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그 믿음이 지금의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저는 그 믿음으로 글을 씁니다. 누군가도 자신의 삶을 늦었다고 단정하지 않기를 바라며, 아직 배우는 중인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 안에서 자신의 존엄과 존귀함을 조용히 목격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남깁니다.

이 글의 핵심 정리

  • 사람의 존엄은 학력이나 정해진 경로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 늦게 다시 배우는 시간도 자기 삶을 포기하지 않는 자기회복의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 자기회복은 완벽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부족한 오늘에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 배움은 내가 아직 끝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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