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와 거리를 두고 ‘회복’을 묻게 된 이유 — 정진화

정진화 · 정다운출판사 대표·작가

내게 남은 말은 ‘회복’이었다

한때 나는 자기계발서를 탐독했다. 내가 읽은 많은 책은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채워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배우고 성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더 나아지려는 마음과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마음이 뒤섞여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

서로 다른 높이의 나무가 자라는 정원에서 책이 놓인 벤치가 배움의 시간을 상징하는 모습. AI 생성 설명 삽화.
서로 다른 속도로 자라나는 나무와 배움의 자리 — AI 생성 삽화 · 실제 인물이나 사건의 재현이 아닌 설명 삽화입니다.

지나온 삶을 책으로 쓰기 위해 글을 다듬으면서 나는 물었다. 무엇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했을까. 무엇이 다른 사람의 평가에 휩쓸리지 않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게 했을까. 그 시간을 설명하기 위해 오래 고민한 끝에 남은 말이 ‘회복’이었다.

내가 말하는 회복은 부족함을 모두 없애는 일이 아니다. 타인의 평가와 낙인에 가려진 자신의 가치를 다시 알아보는 일이다.

행동을 돌아보는 일과 존재를 부정하는 일

“네가 하는 짓이 다 그렇지!”

이 말은 행동 하나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 전체를 단정한다. 무엇을 해도 달라질 수 없다는 낙인이 되면, 다시 해 보려는 마음도 꺾이기 쉽다. 특히 나를 이해하고 지켜 주리라 믿었던 가까운 사람의 말은, 마치 나에 관한 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애써 온 것은 그런 평가를 내 존재의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일이었다. 잘못한 행동이 있다면 돌아보고 바로잡을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은 배워서 채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일과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는 일은 분명히 다르다.

완벽해져야만 나를 존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게 먼저 필요했던 것은 완벽하지 않아도 나의 존엄은 온전하다는 믿음이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열어 준 시간

중학교 시절 읽었던 인도 성자들의 가르침과 노자·장자의 사상을 담은 책들은, 남들이 정한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 스스로를 바라볼 힘을 주었다. 나는 하루하루를 수련의 자리로 삼아 내 마음에 새겨진 타인의 평가를 돌아보았다.

“나는 누구인가?”

다른 사람이 내게 붙인 이름과 평가를 걷어 내고 나면 어떤 내가 있는가. 그 물음을 거듭하면서 지금 처한 상황이 나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보게 되었다. 실수하거나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나의 존엄과 존귀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성찰은 타인의 평가에만 기대지 않고 내 발로 서는 힘이 되었다. 내가 말하는 깨달음도 이렇게 이미 내 안에 있던 가치를 알아보는 일과 닿아 있다.

배움은 필요하지만, 존중의 자격시험은 아니다

나를 존중한다는 것은 나의 모든 판단과 행동이 옳다고 믿는다는 뜻이 아니다. 잘못을 고치고 배우는 일은 계속된다. 다만 성장의 출발점에 자기부정이 놓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존엄을 알아보았다고 모든 상처가 단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상처받은 나를 다시 탓하는 대신 돌보고, 흔들린 자리에서 삶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는 있다. 나는 그 힘을 회복이라고 부른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를 부족하기만 한 존재로 여기며 헤매는 사람에게, 배움과 성장은 필요해도 그것이 존중받기 위한 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의 두 가지 질문

자기 회복은 자기계발을 모두 부정하는가?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자기계발서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내가 읽은 책들과 내 삶을 돌아보며, 배우는 일과 자신을 부정하는 일을 구분하게 된 경험이다.

회복은 완벽한 사람이 되는 일인가? 내게 회복은 완벽함을 갖추는 일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나의 존엄도 온전하다는 사실을 알아보는 일이다. 그 바탕에서 잘못을 돌아보고 다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햇빛이 드는 창가에서 한 사람이 빈 공책을 펼치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 AI 생성 설명 삽화.
창가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 AI 생성 삽화 · 실제 인물이나 사건의 재현이 아닌 설명 삽화입니다.

이 글은 정진화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돌아보며 쓴 에세이입니다.

전체 에세이: 회복은 나의 존엄을 다시 알아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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